서합(噬嗑)은 씹어서(噬) 합한다(嗑)는 뜻이다. 괘상을 입 모양으로 보면 맨 위와 맨 아래가 입술이고 그 사이 구사의 양효가 입 안에 걸린 이물질이다. 위아래가 맞물리지 않는 이유는 중간에 무언가 끼어 있기 때문이며, 씹어 끊어내야 비로소 합쳐진다.
괘사가 형통하다고 한 뒤 곧바로 옥사를 쓰라(利用獄)고 한다. 주역에서 형벌과 재판을 정면으로 다루는 괘이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서다. 화합이 먼저가 아니라 제거가 먼저다. 걸림돌을 남겨둔 채 봉합하려 하면 입은 끝내 다물리지 않는다. 갈등 상황에서 무조건 좋게 마무리하려는 태도를 이 괘는 지지하지 않는다.
"볼 만한 뒤에야 합하는 바가 있으므로 서합으로 받았다. 합이란 합함이다(嗑者合也)." 관괘에서 충분히 살핀 뒤에야 무엇을 합치고 무엇을 끊을지 판단할 수 있다. 관찰 없는 판결을 서괘전은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이 괘의 배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위는 불(離)이라 밝게 비추고 아래는 우레(震)라 위엄으로 움직인다. 명(明)과 위(威)의 결합이 사법의 조건이라는 그림이며, 밝음 없는 위엄은 폭력이고 위엄 없는 밝음은 무력하다.
"우레와 번개가 서합이니, 선왕은 이를 본받아 형벌을 밝히고 법을 정비한다(雷電噬嗑 先王以明罰勅法)." 벌을 무겁게 하라고 하지 않고 밝히라(明罰)고 한다. 무엇이 왜 벌받는지 미리 분명히 알리는 것이 대상전의 요구다. 그리고 법을 다잡는 것(勅法)이 뒤따른다. 처벌은 사후 대응이지만 그 근거는 사전에 서 있어야 한다는 순서다.
서합괘의 효사는 씹는 대상이 점점 단단해진다. 부드러운 살에서 마른 고기, 뼈 붙은 고기로 옮겨가며, 처음과 끝에는 형구(刑具)가 등장한다.
| 초구 | 屨校滅趾 无咎 | 발에 차꼬를 채워 발꿈치를 상하게 한다. 허물이 없다 — 초기에 그친 가벼운 처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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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이 | 噬膚滅鼻 无咎 | 부드러운 살을 씹다가 코가 묻힌다. 허물이 없다. |
| 육삼 | 噬腊肉 遇毒 小吝 | 말린 고기를 씹다 독을 만난다. 조금 부끄러우나 허물은 없다. |
| 구사 | 噬乾胏 得金矢 利艱貞 | 뼈 붙은 마른 고기를 씹어 쇠화살을 얻는다. 어렵게 여기고 바르면 길하다. |
| 육오 | 噬乾肉 得黃金 貞厲 无咎 | 마른 고기를 씹어 황금을 얻는다. 바르고 위태롭게 여기면 허물이 없다. |
| 상구 | 何校滅耳 凶 | 목에 큰 칼을 써서 귀가 상한다. 흉하다 — 듣지 않다가 끝까지 간 자리. |
초구와 상구가 형벌의 처음과 끝을 이룬다. 초구는 발에 차꼬를 채우는 가벼운 처벌로 허물이 없고, 상구는 목에 칼을 씌워 귀가 상하니 흉하다. 계사전은 이 대비를 두고 작은 잘못을 그때그때 다스리면 큰 죄에 이르지 않는다고 풀었다. 상구에서 상하는 부위가 귀라는 점이 상징적이다. 경고를 듣지 않은 결과다.
화뢰서합은 분쟁 처리, 징계, 계약 위반, 내부 문제 정리, 법적 다툼에서 나온다. 6번 천수송이 다투지 말라는 쪽이었다면 이 괘는 반대다. 끊어낼 것은 끊어야 형통해진다고 본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대상전의 명벌(明罰)이 그 조건이다. 기준을 먼저 분명히 알린 뒤에 적용하라는 것. 사후에 소급해 문제 삼는 방식은 이 괘의 그림과 맞지 않는다. 그리고 초구를 실행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 작을 때 처리하면 발꿈치로 끝나고, 미루면 상구에서 목에 칼이 온다. 지금 미루고 있는 작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이 점괘의 실제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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