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大壯)은 크게 씩씩하다, 힘이 왕성하다는 뜻이다. 아래 네 효가 모두 양이고 위 두 효만 음이다. 양의 기운이 절반을 훌쩍 넘어 밀고 올라온 국면이며, 열두 소식괘로는 음력 2월에 해당한다.
괘사가 이정(利貞) 두 글자뿐이다. 형통도 길함도 말하지 않고 오직 바름이 이롭다고만 한다. 힘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길흉을 결정하지 않으며, 그 힘을 어디에 쓰느냐만 남는다는 뜻이다. 대장괘의 효사 대부분이 힘을 잘못 쓰는 경우에 할애된 것도 그래서다. 잡괘전은 이 괘를 두고 "대장은 곧 그침이다(大壯則止)"라고 했다. 씩씩함의 완성이 멈출 줄 아는 데 있다는 판정이다.
"사물은 끝내 물러나 있을 수 없으므로 대장으로 받았다(物不可以終遯 故受之以大壯)." 돈괘에서 물러났던 것이 언제까지나 숨어 있지는 않는다. 서괘전은 후퇴 다음에 반드시 힘의 회복이 온다고 본다.
다만 돌아온 힘이 과잉으로 흐르기 쉽다는 점을 이 괘가 다룬다. 오래 눌려 있던 쪽이 기회를 잡았을 때 나타나는 과도한 반작용이며, 효사의 양이 울타리를 들이받는 장면이 그 그림이다.
"우레가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장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예가 아니면 밟지 않는다(雷在天上大壯 君子以非禮弗履)." 힘이 넘치는 괘에서 대상전이 요구하는 것은 절제도 겸손도 아닌 예(禮)다.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을 가르는 기준이며, 힘이 있을 때는 이 둘의 구분이 흐려진다. 대장괘가 말하는 진짜 강함은 하지 않을 일을 정해두는 능력이다.
대장괘의 효사에는 숫양이 울타리를 들이받는 장면(羝羊觸藩)이 두 번 나온다. 힘을 방향 없이 쓰는 것의 결과를 보여주는 이 괘의 대표 이미지다.
| 초구 | 壯于趾 征凶 | 발끝에 힘이 실린다. 나아가면 흉하다 — 아래에서 성급히 밀고 나감. |
|---|---|---|
| 구이 | 貞吉 | 바르면 길하다. 힘이 있으나 가운데를 지킨 자리. |
| 구삼 | 羝羊觸藩 羸其角 | 소인은 힘을 쓰고 군자는 쓰지 않는다. 숫양이 울타리를 받아 뿔이 걸린다. |
| 구사 | 藩決不羸 壯于大輿之輹 | 울타리가 터져 뿔이 걸리지 않는다. 큰 수레의 바퀴통처럼 든든하다. |
| 육오 | 喪羊于易 无悔 | 밭두렁에서 양을 잃는다. 후회가 없다 — 힘을 놓아버려 오히려 벗어남. |
| 상육 | 不能退 不能遂 艱則吉 | 물러서지도 나아가지도 못한다. 이로울 바 없으나 어렵게 여기면 길하다. |
구삼과 상육이 같은 저양촉번(羝羊觸藩)인데 결과가 다르다. 구삼은 뿔이 걸려 곤란해지고, 상육은 아예 물러서지도 나아가지도 못한다. 힘이 정점에 가까울수록 빠져나올 여지가 줄어든다는 배치다. 상육에서 유일한 활로가 어렵게 여기면 길하다(艱則吉)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자기 힘을 과신하지 않는 태도 하나가 남는다.
육오의 상양우이(喪羊于易)는 이 괘에서 가장 역설적인 자리다. 양을 잃었는데 후회가 없다. 들이받으려는 성질 자체를 놓아버려서 울타리에 걸릴 일이 없어진 것이다.
뇌천대장은 힘과 자원이 갖춰진 국면, 밀어붙이고 싶은 상황, 오래 눌려 있다가 기회를 잡은 때에 나온다. 이 괘를 얻었다면 역량은 충분하다. 그래서 오히려 경고 쪽에 정보가 많다.
구삼이 실무적으로 가장 자주 적중한다. 소인용장 군자용망(小人用壯 君子用罔) — 힘이 있으면 쓰고 싶어지고, 쓰지 않는 쪽이 군자라고 한다. 지금 정면 돌파가 가능해 보인다면 그것이 이 괘의 함정일 가능성이 높다. 대상전의 비례불리를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해도 되는가로 판단을 바꾸는 것. 그리고 구사가 이 괘의 유일한 성공 모델이다. 울타리를 들이받아 뚫은 것이 아니라 이미 터진 곳으로 나아가며, 그 힘이 뿔이 아니라 수레바퀴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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