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中孚)는 가운데의 믿음이다. 부(孚)는 새가 알을 품는 모양의 글자로, 때가 되면 반드시 부화한다는 데서 믿음의 뜻이 나왔다. 괘상을 보면 가운데 두 효가 음으로 비어 있고 위아래가 양으로 감싸고 있다. 속이 빈 그릇이자 알을 품은 형상이다.
괘사의 돈어길(豚魚吉)이 이 괘의 척도다. 돼지와 물고기는 가장 둔하고 감응하기 어려운 짐승으로 여겨졌다. 그런 것들에게까지 믿음이 미치면 길하다는 뜻이니, 통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라 가장 통하기 어려운 상대가 기준이 된다. 믿음의 범위를 재는 방식이 냉정하다.
"절제하여 믿게 하므로 중부로 받았다(節而信之 故受之以中孚)." 절괘에서 정한 마디를 지키면 믿음이 생긴다는 순서다. 서괘전은 신뢰를 성품이 아니라 절도의 결과로 본다. 약속한 선을 넘지 않는 것이 곧 믿음의 실체라는 관점이다.
괘상의 빈 속이 중요하다. 31번 함괘의 대상전이 비움으로 사람을 받아들인다(虛受人)고 했던 것과 이어진다. 믿음도 감응도 채워져 있으면 들어오지 않는다.
"못 위에 바람이 있는 것이 중부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옥사를 의논하고 사형을 늦춘다(澤上有風中孚 君子以議獄緩死)." 믿음의 괘에서 대상전이 지시하는 것이 형 집행의 유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의 실제 내용이 판단을 서두르지 않는 데 있다는 뜻이다. 55번 풍괘가 밝을 때 결단하라 했다면, 중부는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에서는 한 번 더 미루라고 한다.
중부괘의 효사에는 주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절로 꼽히는 구이가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는 학과 그에 화답하는 새끼의 장면이다.
| 초구 | 虞吉 有它不燕 | 헤아리면 길하다. 다른 마음이 있으면 편안하지 못하다. |
|---|---|---|
| 구이 | 鳴鶴在陰 其子和之 | 그늘에서 학이 우니 그 새끼가 화답한다. 내게 좋은 술이 있어 그대와 나누리. |
| 육삼 | 得敵 或鼓或罷 或泣或歌 | 적을 만나 북 치다 그만두고 울다가 노래한다. 중심을 잃은 자리. |
| 육사 | 月幾望 馬匹亡 无咎 | 달이 거의 찼다. 짝 말이 없어지니 허물이 없다. |
| 구오 | 有孚攣如 无咎 | 믿음으로 손을 굳게 잡으니 허물이 없다. |
| 상구 | 翰音登于天 貞凶 | 닭 울음이 하늘에 오른다. 바르더라도 흉하다 — 실질 없이 소리만 높음. |
구이의 명학재음 기자화지(鳴鶴在陰 其子和之)를 계사전이 길게 풀었다. 군자가 집에서 한 말이 선하면 천 리 밖에서도 응하고, 선하지 않으면 천 리 밖에서도 어긋난다. 말은 몸에서 나와 백성에게 미치고 행동은 가까운 데서 시작해 멀리 드러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일이 그대로 퍼진다는 뜻이며, 믿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한 대목이다.
상구의 한음등우천(翰音登于天)이 반대편이다. 닭은 날지 못하는데 그 울음소리만 하늘에 오른다. 실질이 따르지 않는 명성이며, 믿음의 괘가 마지막에 두는 경고다.
풍택중부는 신뢰가 관건인 국면, 계약과 약속,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 평판이 형성되는 시기에 나온다. 길한 괘이며 큰 내를 건너라고까지 한다.
괘사의 돈어길이 점검 기준이 된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가장 까다로운 상대에게까지 통하고 있는가. 통하기 쉬운 사람들만 보고 신뢰를 판단하면 범위를 과대평가한다. 구이는 실무적으로 이렇게 읽힌다. 아무도 안 볼 때 한 일이 결국 알려진다. 그리고 상구를 경계선으로 삼을 만하다. 실적보다 평판이 앞서 있는 상태는 이 괘에서 흉으로 판정된다. 대상전의 의옥완사도 사람에 대한 판단을 서두르지 말라는 조언으로 그대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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