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艮)은 멈춤이다. 산이 둘 겹쳤으니 움직이지 않음이 거듭된 국면이다. 괘사가 제시하는 것이 간기배(艮其背), 등에서 멈춘다는 독특한 표현이다.
왜 등인가. 몸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볼 수 없고 욕망이 향하지 않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눈은 보고 싶은 것을 향하고 손은 잡고 싶은 것을 향하지만 등은 아무것도 향하지 않는다. 그래서 등에 멈추면 자기 몸조차 의식하지 않게 되고(不獲其身), 뜰을 지나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不見其人). 멈춤의 완성이 대상을 지우는 데 있다는 뜻이며, 주역에서 가장 선(禪)에 가까운 대목으로 자주 언급된다.
"사물은 끝내 움직일 수 없어 그치게 하므로 간으로 받았다. 간이란 그침이다(物不可以終動 止之 故受之以艮 艮者止也)." 진괘의 움직임 다음에 오는 자리다. 움직임과 그침이 하나의 짝을 이루며, 어느 쪽도 단독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간괘는 팔순괘 중 하나이며 젊은 아들(少男)을 뜻한다. 산의 상이고 멈춤의 상이다. 다만 이 멈춤은 정지가 아니라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치는 것(時止則止)이라는 점을 단전이 강조한다.
"산이 겹친 것이 간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생각이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兼山艮 君子以思不出其位)." 논어에도 증자의 말로 인용된 구절이다. 자기 직분과 자리 안에서 생각한다는 뜻이며, 관심의 범위를 스스로 제한하는 태도다. 오늘날 감각으로는 답답해 보이지만, 실무적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간괘의 여섯 효는 31번 함괘처럼 신체 부위를 아래에서 위로 짚는다. 함괘가 감응이 닿는 곳이었다면 간괘는 멈추는 지점이다.
| 초육 | 艮其趾 无咎 利永貞 | 발끝에서 그친다. 허물이 없고 오래 바르면 이롭다 — 시작하기 전에 멈춤. |
|---|---|---|
| 육이 | 艮其腓 不拯其隨 其心不快 | 종아리에서 그친다. 따르는 것을 구하지 못하니 마음이 불쾌하다. |
| 구삼 | 艮其限 列其夤 厲薰心 | 허리에서 그친다. 등뼈가 갈라지니 위태로움이 마음을 태운다. |
| 육사 | 艮其身 无咎 | 몸에서 그친다. 허물이 없다 — 자기 전체를 멈춘 자리. |
| 육오 | 艮其輔 言有序 悔亡 | 뺨에서 그친다. 말에 차례가 있으니 후회가 없어진다. |
| 상구 | 敦艮 吉 | 두텁게 그친다. 길하다 — 이 괘의 완성된 자리. |
구삼의 간기한(艮其限)이 가장 위험한 자리다. 허리에서 멈추면 상체와 하체가 갈라진다. 몸의 한가운데를 끊는 멈춤이라 오히려 마음을 태운다고 한다. 억지로 중간에서 끊는 것이 가장 나쁜 멈춤이라는 뜻이며, 일이 진행 중일 때 무리하게 중단하는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육오의 간기보 언유서(艮其輔 言有序)가 실용적이다. 뺨에서 그친다는 것은 말을 절제한다는 뜻이고, 그 결과가 말에 차례가 생기는 것이다. 말을 아끼면 하는 말이 정돈된다.
중산간은 멈춰야 할 국면, 결정을 보류해야 하는 시기, 과열된 상태, 생각이 많아 잠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다. 흉괘는 아니지만 나아가라고 하지 않는다.
구삼과 초육의 대비가 판단 기준을 준다. 시작하기 전에 멈추면 허물이 없고, 한창 진행 중에 끊으면 마음이 탄다. 지금 멈출지 고민한다면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대상전의 사불출기위가 실무적으로 유용하다. 자기 통제 밖의 일에 생각이 나가 있으면 정작 자기 자리의 일이 되지 않는다. 육오도 함께 볼 만하다. 말을 줄이는 것이 이 괘가 권하는 가장 쉬운 실천이다.
이 괘를 내 고민으로 직접 뽑아보기 주역 Ai-ching 앱은 전통 동전 방식으로 괘를 세우고, 변효 규칙에 따라 AI가 지금 상황에 맞는 해석을 풀어냅니다. 서괘전·호괘까지 들어가는 깊이보기도 지원합니다. Google Play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