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豫)에는 두 뜻이 겹쳐 있다. 즐거움, 그리고 미리 대비함(豫備). 우레가 땅을 뚫고 나오는 상이니 억눌렸던 기운이 터져 나오는 국면이며, 이때 사람은 들뜨기 쉽고 동시에 큰일을 벌일 수 있다.
괘사가 이건후행사(利建侯行師)라 한 것은 3번 둔괘의 이건후에 행사가 더해진 형태다. 사람을 세우고 조직을 움직이기 좋은 때라는 뜻이다. 다만 이 괘의 효사 절반이 즐거움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데 쓰인다. 기세가 오른 국면의 위험은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자기 통제가 풀린다는 데 있다.
"크게 가지고도 겸손할 수 있으면 반드시 즐거우므로 예로 받았다(有大而能謙必豫 故受之以豫)." 대유에서 얻고 겸에서 낮춘 뒤에야 오는 즐거움이다. 순서가 뒤바뀌면, 즉 낮추는 과정 없이 즐거움으로 직행하면 예괘의 나쁜 효로 간다.
잡괘전은 짧다. "예는 게으름이다(豫怠也)." 즐거움의 다른 이름이 태만이라는 판정이며, 이 괘를 읽을 때 반드시 함께 놓아야 할 문장이다.
"우레가 땅에서 나와 떨치는 것이 예이니, 선왕은 이를 본받아 음악을 지어 덕을 높이고, 성대하게 상제께 올려 조상을 짝지운다(雷出地奮豫 先王以作樂崇德 殷薦之上帝 以配祖考)." 즐거움의 괘에서 대상전이 꺼내는 것이 음악과 제례다. 흥이 오르는 기운을 억누르지도 방치하지도 않고 형식 안에 담는 방법이다. 예악(禮樂)에서 악이 담당하는 몫이 여기 있다. 감정에는 배출구가 필요하되 그 배출구에 형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
예괘의 효사는 즐거움을 대하는 여섯 가지 태도다. 소리 내어 즐기고, 돌처럼 절제하고, 눈치를 보며 즐기고, 어두워질 때까지 즐긴다.
| 초육 | 鳴豫 凶 | 즐거움을 소리 내어 드러내니 흉하다. 기쁨을 자랑한 자리. |
|---|---|---|
| 육이 | 介于石 不終日 貞吉 | 돌처럼 절개가 굳어 하루를 넘기지 않고 떠난다. 바르면 길하다. |
| 육삼 | 盱豫悔 遲有悔 | 위를 쳐다보며 즐기니 후회한다. 늦으면 또 후회가 있다. |
| 구사 | 由豫 大有得 勿疑 | 즐거움이 말미암는 자리다. 크게 얻는다. 의심하지 않으면 벗이 모인다. |
| 육오 | 貞疾 恆不死 | 바름에 병이 있으나 늘 죽지는 않는다. 눌려 있으나 끊기지 않는 자리. |
| 상육 | 冥豫成 有渝无咎 | 어두워지도록 즐김이 이루어졌다. 고치면 허물이 없다. |
육이의 개우석 부종일(介于石 不終日)이 이 괘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대목이다. 즐거운 자리에서 하루를 넘기지 않고 일어선다. 계사전은 이 효를 두고 조짐을 아는 것(知幾)이라 풀며, 군자는 위로 사귀되 아첨하지 않고 아래로 사귀되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판을 즐기되 그 판에 머물지 않는 감각이다.
뇌지예는 분위기가 오르는 시기, 성사 직후, 새 조직의 출발, 축하할 일이 생긴 국면에서 나온다. 괘사대로 사람을 세우고 일을 벌이기 좋은 때이므로 착수 판단으로는 긍정이다.
위험은 전부 사후 관리에 있다. 초육의 명예(鳴豫)는 성과를 떠벌리는 행동이고, 상육의 명예(冥豫)는 좋은 분위기가 길어져 판단이 흐려진 상태다. 이 둘 사이에서 육이가 기준을 준다. 하루를 넘기지 말 것. 축하는 하되 다음 날 아침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으면 실용적이다. 그리고 이 괘의 이름이 미리 갖춤(豫備)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않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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